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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에서 붓으로 문을 열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얼마 전 이태원에서 그 경험을 했습니다. 교촌치킨이 내놓은 플래그십 스토어 '교촌필방' 얘기입니다. 배달 앱에서 클릭 몇 번으로 시켜 먹던 브랜드가, 오프라인 공간 하나로 완전히 다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걸 몸소 확인한 날이었습니다.
상대형 붓이 문을 여는 치킨집 — 공간혁신의 첫인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치킨집이라고 하면 배달 봉투 쌓인 좁은 매장이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막상 교촌필방 앞에 서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입구부터 달랐습니다. 문손잡이 대신 커다란 붓이 걸려 있었고, 그걸 잡아당겨야 문이 열렸습니다. 제가 직접 당겨봤는데, 그 순간 '아, 이건 진짜 다른 공간이구나'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브랜드 경험 설계, 즉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접점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을 UX(User Experience)라고 합니다. 여기서 UX란 단순히 앱이나 웹사이트의 사용 편의성이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고객 경험 설계' 전반을 의미합니다. 교촌필방은 그 UX를 공간 곳곳에 치밀하게 녹여넣은 사례였습니다.
내부는 세련된 바(bar) 테이블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오픈 키친처럼 조리 과정이 보이는 구조였고, 조명도 일반 치킨집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마치 고급 스시 오마카세 전문점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교촌 특유의 조리 방식인 '붓으로 소스를 바른다'는 동작을 매장 콘셉트인 '필방(붓을 만드는 가게)'으로 시각화한 발상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치킨 오마카세라니 — 체험마케팅이 만드는 기억
교촌필방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단연 치킨 오마카세 코스였습니다. 오마카세(おまかせ)란 일본어로 '맡긴다'는 뜻으로, 셰프가 그날의 재료와 구성으로 코스 요리를 직접 구성해 내오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메뉴를 고객이 고르는 것이 아니라 주방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다이닝 형식인데, 이걸 치킨 매장에 도입했다는 점이 화제였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체험 마케팅은 화장품이나 전자기기 같은 제품 업종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음식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 오감을 동시에 자극하는 카테고리이기 때문입니다.
교촌이 운영하는 '교촌 1991 스쿨'은 소비자가 직접 주방에 들어가 붓으로 소스를 바르는 조리 과정을 체험하는 상설 프로그램입니다. 얇은 튀김옷을 유지하면서 정밀하게 소스를 도포하는 작업은 직접 해보면 의외로 쉽지 않다고 합니다. . 한 번 직접 해보고 나면 '아, 이래서 교촌 닭이 다른 맛이 나는구나'라는 납득이 생기고, 그 납득이 브랜드 로열티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브랜드 로열티(Brand Loyalty)란 특정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반복 구매 의향과 정서적 애착을 뜻합니다.
교촌 1991 스쿨: 소비자가 직접 붓으로 소스를 바르는 시그니처 조리 체험 프로그램
치킨 오마카세 코스: 치킨 프랜차이즈 최초로 도입한 셰프 주도형 프리미엄 다이닝
대구 치맥 페스티벌 연계: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축제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확장
배달 의존에서 벗어나다 — 브랜드로열티를 쌓는 오프라인 전략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치킨 업종은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중 가맹점 수 기준 가장 경쟁이 치열한 업종 중 하나입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여기에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배달 앱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배달 앱은 편리하지만, 브랜드를 '경험'시킬 수 없습니다. 스크롤을 내리다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브랜드와, 공간에서 직접 기억을 만든 브랜드는 소비자 마음속에서 전혀 다른 위치를 차지합니다.
뉴트로(New-tro) 콘셉트도 이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1991년 창업한 교촌이 '1991 스쿨'이라는 이름으로 복고적 장인 정신을 체험 프로그램으로 풀어낸 것은, 2030 소비자에게 '올드한 브랜드'가 아닌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의도적 선택으로 보입니다. 경험상 젊은 층은 역사가 있는 브랜드를 오히려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 그 역사가 촌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될 때만 그렇습니다.
화려한 혁신, 그 이면의 과제 — 가맹점과의 온도 차
교촌필방을 다녀온 후 기사들을 찾아보면서, 이 모든 화려한 혁신이 실제 가맹점주들의 매출과 얼마나 연결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프리미엄 체험 마케팅의 효과가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지더라도, 그 온기가 골목상권의 일반 가맹점까지 닿는 데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가맹 본부의 마케팅 투자가 가맹점 매출 향상으로 이어지는 체감 시간은 평균 1~2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출처: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플래그십 스토어에 막대한 투자가 집중될수록, 그 비용이 결국 제품 가격 인상이나 가맹비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적입니다.
교촌의 혁신이 진정한 경쟁력이 되려면, 체험 마케팅이 일부 거점 매장의 퍼포먼스에 머물지 않고 전체 가맹 네트워크로 효과가 확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체험 콘텐츠에서 생성된 브랜드 호감이 온라인 채널과 연동되어 일반 가맹점 주문으로 이어지는 OMO(Online Merges with Offline)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OMO란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해 고객 이탈 없이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방식으로, 최근 외식업계에서 주목받는 핵심 전략입니다. 공간 투자와 가맹점 상생,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교촌 앞에 놓인 가장 현실적인 과제라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교촌필방은 지금도 운영 중인가요?
A. 교촌필방은 서울 이태원에 오픈했던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 현황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방문 전 교촌치킨 공식 채널에서 최신 운영 정보를 확인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엔 예약 없이도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Q. 교촌 1991 스쿨 체험 프로그램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나요?
A. 교촌 1991 스쿨은 소비자가 직접 붓으로 소스를 바르는 조리 과정을 체험하는 상설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체험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 참여 전 공식 홈페이지나 매장에 문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Q. 치킨 오마카세는 일반 매장에서도 먹을 수 있나요?
A. 현재까지는 치킨 오마카세 코스가 교촌필방 같은 특정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 가맹점에서는 기존 메뉴 구성이 그대로 유지되며, 오마카세 형식의 프리미엄 경험은 거점 매장에서만 가능한 구조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가맹점과의 온도 차 문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Q. 교촌치킨이 체험 마케팅에 집중하는 이유가 뭔가요?
A. 치킨 시장은 경쟁이 극도로 치열하고, 배달 앱 수수료 부담도 큰 구조입니다. 단순히 맛으로만 차별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브랜드 경험을 통해 배달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가 기억하는 브랜드가 결국 반복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결론
교촌치킨의 변신을 보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외식업의 경쟁은 이미 맛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비자는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기억을 사는 시대가 됐고, 교촌은 그 방향을 꽤 명확하게 읽고 있습니다.
다만 플래그십 스토어와 체험 프로그램의 화려함이 전체 가맹 네트워크의 성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진짜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의 온기가 골목 가맹점까지 닿을 때, 교촌의 공간혁신은 비로소 완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촌필방 같은 공간 경험이 근처에 있다면 한 번쯤 직접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배달 앱 화면으로는 절대 전달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