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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의 무덤 위에서 벌이는 연회는 언제나 즐겁다

꿈을꾸다. 2026. 10. 6. 04:46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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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RK FANTASY

     

    제1화. 축배는 차갑게 식은 심장 위에서

     

    “복수란 차갑게 식혀 먹을 때 가장 맛이 좋은 음식이라 했던가.
    하지만 틀렸다. 원수의 숨통이 끊어지고, 그 육신이 묻힌 차가운 비석 위에 붉은 포도주를 쏟아부으며 웃어젖히는 연회야말로 비로소 완벽한 만찬이다.”

     

    I. 회색빛 묘비와 은빛 잔

    달조차 구름 뒤로 숨어버린 음산한 자정, 크라센 공작가의 비밀 납골당에는 기이할 정도로 찬란한 샹들리에 불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칠흑 같은 대리석 바닥 위로 붉은 융단이 길게 깔려 있었고, 그 끝에는 방금 파헤쳐져 다시 메워진 거대한 묘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석에 새겨진 이름은 명확했다.

    [ 제국의 태양, 오스발드 폰 크라센 공작 여기에 잠들다 ]

    하지만 그 장엄해야 할 무덤의 석판 위에는 순백의 식탁보가 씌워져 있었고, 은쟁반에 담긴 기름진 양갈비와 황금빛 치즈, 그리고 최고급 루비 포도주가 만찬상처럼 차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무덤의 상석, 등받이가 높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여인—에스텔이 있었다.

    II. 백 년산 와인의 온도

    “챙—”

    투명한 크리스털 잔이 차가운 대리석 묘비를 가볍게 두드리며 맑고 청량한 파음을 냈다. 에스텔은 입꼬리를 천천히 말아 올리며 잔을 흔들었다. 검붉은 액체가 잔 벽을 타고 핏물처럼 미끄러져 내렸다.

    “공작, 그대가 그렇게 아끼던 50년산 카베르네 로제야. 평생을 아껴 마시더니 결국 관 속까지는 한 방울도 들고 가지 못했네?”

    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발아래 두 척 깊이의 흙탕 속에서, 오스발드 공작은 가슴팍에 검을 꽂힌 채 차갑게 굳어 있을 뿐이었다.

    십 년이었다. 가문이 반역의 누명을 쓰고 몰살당하던 날 밤, 어린 그녀를 진흙 구덩이 속에 던져 넣으며 비웃던 남자의 얼굴을 잊은 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

    그녀는 그가 세운 거대한 탑을 가장 밑바닥부터 무너뜨렸다. 부하를 매수하고, 자금을 차단하고, 끝내는 황제마저 그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밤, 이 지하 묘역에서 오스발드의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을 직접 눈에 담았다.

    III. 기립 박수 없는 독무대

    납골당 입구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림자처럼 다가온 검은 옷의 기사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주군, 공작가 저택의 잔당 정리가 끝났습니다. 황실 근위대가 도착하기까지는 대략 한 시간 남았습니다.”

    에스텔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와인을 입에 머금었다가 비석 상단에 새겨진 공작 가문의 문양 위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복수의 완성

    “한 시간이면 음악 세 곡을 듣고, 남은 고기를 비우기에 더없이 충분한 시간이지.
    바이올린을 켜라, 킬리안. 원수의 무덤 위에서 벌이는 연회는 언제나 즐거운 법이니까.”

    지하 묘지에 애절하면서도 날카로운 선율이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드레스 자락을 나부끼며, 에스텔은 홀로 죽은 자의 무덤 위를 밟고 서서 천천히 스텝을 밟았다. 이것은 장례식이 아니었다. 새로운 여왕의 대관식이었다.

    ✒ 작가의 말: 피비린내 나는 복수 끝에 서서 홀로 축배를 드는 주인공 에스텔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공감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다음 화 예고 : 제2화. '잿더미 위에서 피어난 흑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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