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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호텔에 에어컨이 없다는 게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저도 겪기 전까지는 믿지 못했습니다. 몇 년 전 한여름 파리를 찾았을 때, 객실 문을 열었더니 낡은 선풍기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그날 낮 기온은 38도를 넘었고, 두꺼운 돌벽 건물 안은 열기가 갇혀 그야말로 숨이 막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저만의 경험이 아니라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왜 유럽은 오랫동안 에어컨 없이 살았을까

프런트에 문의했을 때 돌아온 답변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이 건물은 문화재 보호 구역이라 외벽에 실외기를 설치할 수 없습니다." 당시엔 어이가 없었는데, 돌아와서 찾아보니 이게 유럽 대부분의 도시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규정이었습니다.

유럽 주요 도시들은 도시 미관과 역사 건축물 보존을 이유로 건물 외벽에 냉매 압축기, 즉 실외기(outdoor condensing unit) 설치를 법적으로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여기서 실외기란 에어컨 시스템에서 실내 열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핵심 장치를 말하는데, 이것 없이는 일반 벽걸이형 에어컨을 가동할 수가 없습니다. 설치 허가를 받으려면 관할 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가 몇 달씩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건축 구조도 한몫합니다. 수백 년 된 석재·벽돌 건물은 두꺼운 벽이 외부 열기를 어느 정도 차단해 주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서유럽과 북유럽의 여름은 그늘에만 들어가도 견딜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1년에 고작 몇 주 덥자고 비싼 에어컨을 왜 사나"라는 생각이 유럽 전반에 뿌리 내린 데는 그럴 만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던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유럽은 전 세계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에너지 효율 등급(EER, Energy Efficiency Ratio)이 낮은 냉방 기기를 돌릴 경우 전기세 부담이 상당한데, EER이란 소비 전력 대비 냉방 능력을 나타내는 수치로 숫자가 높을수록 전기를 적게 쓰고 더 잘 식힌다는 뜻입니다. 전기요금 부담에 강한 환경 의식까지 더해지면서, 에어컨 사용을 탄소 배출을 늘리는 행위로 바라보는 시선도 오랫동안 유럽 사회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문화재 보호 규정으로 인한 실외기 설치 제한 — 허가 취득까지 수개월 소요
석재·벽돌 구조 건물의 자연 단열 효과로 냉방 필요성 낮았던 기후 환경
유럽 최고 수준의 전기요금과 탄소 배출 저감 의식
"몇 주의 더위를 위해 굳이 에어컨을"이라는 오랜 인식
요약: 유럽의 에어컨 공백은 문화재 보호 법규·건축 구조·높은 전기요금·환경 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폭염이 바꾼 풍경 — 이동식 에어컨과 히트펌프의 시대

그날 밤 파리 호텔에서 저는 결국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창문을 열었지만 열대야 때문에 오히려 더 뜨거운 바람만 들어왔고, 얼음물에 수건을 적셔 몸에 올리는 걸 반복하며 밤을 버텼습니다. 그때는 그냥 제가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게 유럽이 기후 위기를 온몸으로 실감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습니다.

2020년대 들어 유럽 전역에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해마다 찾아오고 있습니다. 출처: WHO 유럽지역사무소에 따르면, 2022년 유럽의 폭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는 약 6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온열질환(heat-related illness)이란 고온 환경에 신체가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열탈진·열사병 등의 증상을 통칭하는 말로, 빠른 냉방 조치 없이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며칠 참으면 지나가는 더위"가 이제는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이 된 것입니다.

이 흐름이 소비 패턴을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실외기를 달 수 없는 건물 구조 때문에 급부상한 것이 바로 이동식 에어컨(portable air conditioner)입니다. 이동식 에어컨이란 실외기 없이 배기 호스 하나만 창문 틈으로 빼내면 설치가 끝나는 냉방 기기로, 공사나 허가 없이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 가정에 폭발적으로 보급되고 있습니다. 여름마다 유럽 가전 매장에서 이동식 에어컨이 품절 사태를 빚는 광경이 이제는 연례 뉴스가 됐습니다.

한편 유럽 각국 정부가 가스보일러 대체 수단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는 히트펌프(heat pump)도 주목해야 합니다.

히트펌프란 외부 공기에서 열에너지를 뽑아 실내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냉난방을 모두 처리하는 장치입니다. 쉽게 말해 겨울엔 바깥의 열을 모아 집 안을 따뜻하게, 여름엔 반대로 실내 열을 밖으로 내보내 집 안을 시원하게 만드는 원리입니다. 출처: IEA(국제에너지기구)는 히트펌프가 건물 부문 탈탄소화의 핵심 수단이라고 명시하며, 유럽 내 보급 확대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난방 목적으로 히트펌프를 설치한 가정이 여름철 냉방까지 자연스럽게 해결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상황을 보면서 솔직히 유럽 당국의 대응이 여전히 너무 느리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재 보호나 미관 유지가 중요하다는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매년 수만 명이 폭염으로 사망하는 현실 앞에서, 실외기 설치 허가를 몇 달씩 기다리게 하는 규정을 그대로 두는 건 다소 시대착오적인 대처가 아닌가 하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중앙 집중식 친환경 냉방 시스템이나 건물 일체형 에어컨 설치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요약: 폭염의 일상화로 유럽에서 이동식 에어컨과 히트펌프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럽 호텔에 에어컨이 없는 곳이 아직도 많은가요?

A. 네, 특히 파리·런던·로마 같은 구도심의 역사 건물을 활용한 호텔에는 아직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약 전 객실 냉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최근 신축 또는 리모델링된 숙소는 히트펌프 기반 냉난방 시스템을 갖춘 경우가 늘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Q. 이동식 에어컨이 일반 벽걸이 에어컨보다 효율이 떨어지나요?

A. 일반적으로 EER(에너지 효율 등급) 기준으로 이동식 에어컨은 벽걸이 분리형보다 효율이 다소 낮습니다. 실외기 없이 배기 호스 하나로 열을 내보내는 구조상 냉방 손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다만 설치 공사가 필요 없고 이사 시 가져갈 수 있다는 편의성 덕분에 유럽 가정에서의 수요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Q. 히트펌프를 설치하면 에어컨을 따로 살 필요가 없나요?

A. 히트펌프 시스템은 냉난방을 모두 처리하기 때문에, 별도의 에어컨을 구매할 필요가 없습니다. 겨울에는 외부 열을 모아 난방으로, 여름에는 실내 열을 밖으로 내보내 냉방으로 활용합니다. 유럽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설치하면 초기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Q. 유럽 여행 중 폭염에 대비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A. 제 경험상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숙소 예약 시 에어컨 유무를 사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소형 이동식 선풍기와 냉각 스프레이를 챙기는 게 도움이 됩니다. 또한 낮 12시~3시 사이에는 되도록 실내에 머무르고, 에어컨이 가동되는 쇼핑몰이나 박물관을 방문하는 식으로 열기를 피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결론
'에어컨 불모지'라는 말이 유럽에 붙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그 어떤 법 조항이나 오랜 관습보다 빠르게 현실을 바꾸고 있습니다. 제가 파리에서 밤새 얼음물에 수건을 적시던 그 경험이, 이제는 유럽 수천만 가정의 현실이 된 것입니다.

이동식 에어컨과 히트펌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유럽의 냉방 시장은 앞으로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숙소의 냉방 설비를 반드시 미리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유럽 당국에는 문화재 보호와 기후 대응 사이에서 더 실효성 있는 균형점을 찾아주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https://www.msn.com/ko-kr/news/other/%EC%9A%B0%EB%A6%AC%EC%97%90%EA%B2%90-%EC%84%B8%EA%B3%84-%EC%B5%9C%EA%B3%A0%EC%9D%98-%EA%B5%B0%EB%8C%80%EA%B0%80-%EC%9E%88%EB%8B%A4/vi-AA27C3A0?ocid=socialshare#det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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